Montag, 21. September 2015

After visiting "Pink Factory" Residence, Hongcheon, South Korea


9월 20일

홍천 핑크 팩토리: http://pink-factory.tumblr.com/


이번 해로 1회를 맞이하는 홍천 핑크 팩토리 레지던스에 다녀왔다.

참여 작가인 독일 작가 율겐 슈탁(Juergen Staack, 독일)의 작품을 보고자
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지만, 홍천이라는 도시와 이 도시에
율겐을 비롯해, 판 끄엉(Phan Quang, 베트남), 황세준(Hwang Se-Jun, 한국),
조습(Joseub, 한국), 정순호(Jeong Soonho, 한국),
전수현(Jeon Su-Hyun, 한국), 용해숙(Yong Hae Sook, 한국),
크리스티나 리(Christina Ree, 미국), 김기수(Kim Gisoo, 한국),
레안 에스트라다(Reanne Estrada, 미국), 권동현(Kwon Donghyun, 한국)
총 11명의 작가들을 홍천으로 모이게 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궁금하기도 했다.


일요일 9시 30분 무정차 버스를 타고 동서울 버스터미널을 출발했다.
1시간여가 지난 10시 30분에 홍천에 도착하자, 10시 25분에 있는
홍천 버스터미널에서 레지던스까지 가는 버스는 이미 출발한 후였다.

다음 버스를 타려면 1시 45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에
할 수 없이 택시를 잡아탔다.
바쁜 걸음을 재촉하기 위해 타면, 발걸음보다 천천히 가는 듯해
답답하기만 했던 서울 길과는 달리, 시원히 뚫려 있는 길을
한 20여분 가니, 논두렁이 길옆으로 나 있고, 앞으로는
산등성이들이 첩첩히 쌓인 마을로 들어섰다.

말씀해주신 목적지에 왔는데, 기사님이 갸우뚱.
"핑크 팩토리"가 어디지?

"분홍 공장"이라는 자그만한 팻말이 길 모서리에,
저 너머 산등성이에 분홍색천으로 만든 기둥이 보였다.

아저씨께 분홍색 기둥을 가리키자,
"저기 예전에는 횟집이었는데..우리는 여기가 횟집이라고 밖에 몰라.
여기서 무슨 미술 그런걸 하는 건가.."

산 등성이의 펜션처럼 보이는 건물과 그 옆의 식당 건물.
이런 곳에 레지던스가...하는 생각도 잠시.

마침 어떤 일행분들이 식사를 하시려던 참이었고,
어떤 외국인이 능숙한 한국어로 나를 반겨주는 모습에 넋이
나가있는데, 이 분들께 분주히 식사를 챙겨 주시던
레지던스의 주인장격인 용해숙 작가를 만났다.

앉아서 식사를 하고 계시는 분들은 이번 프로그램의 참여작가중
한 명인 조습 작가분과 그 일행이란다.
"추석이 되기 전, 논에서 사진을 찍으신다고 어제 오셔서 머물고
계셔요."

회화과를 나와 작가로 활동하다, 성공회대에서 아시아 사회의
급성장속에서 생기는 부조화와 문제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과정을
마치셨다는 용해숙 작가는 이번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역성과 공공성에 대해 묻고자 했다고 한다.

지역이라는 의미가 로컬(Local)이라는 단어로 풀이 되면서,
중심과 대비되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는 생각에서,
이를 Regional이라는 단어로 대체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그러면 지역이라는 것을 꼭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가 아닌,
이곳과 저곳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어떤 지역과 지역사이의 경계가 맞닿은 곳에서
문화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 지는 것처럼 말이다.

작가 크리스티나 리와 레안 에스트라다는 "꿈장사"에서 홍천에서
주운 물건들을 분홍색으로 칠하고, 이를 "분홍화패"로 명명한 후,
홍천 민속 오일장에 나가 꿈이야기를 듣고, "분홍화패"와 교환하는
퍼포먼스를 했다고 한다.

꿈을 산다. 그리고 판다.
이 "쓰레기들"과 다름 없는 "분홍화패"에 내 꿈을 팔 이유가 있을까
구지 왜 홍천 사람들의 꿈을 듣고 사야 할까...

용해숙 작가는 공공성과 지역성을 다루는 작업들이 많지만,
이들이 그 지역의 사람들이나 컨텐츠를 소모하고, 단지 일회적으로
그쳐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생각에, 첫 레지덴스 작가들을
선정하고, 초대하는데 있어, 고심하였다고 한다.

리와 에스트라다의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남은 것은 꿈이야기가
적힌 종이와 퍼포먼스 당시의 사진들, 분홍화패뿐이지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화패와 꿈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외부인인 작가들과 현지 인들,
주민들 간의 교류가 이루어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 바쁜 현대인에게
꿈에 대한 기억을 다시 한 번 되살려주었다는 것에서 의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나의 마을 이야기" 워크숍에서는 한달 여 동안 이 지역 중학생들이
핑크 팩토리 주변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것들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이를 통해 이 지역이 가진 것들을 지역 사람들
스스로가 다시 돌아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랬다고. 

8월 15일 오프닝이 있는 날을 전후하여 이곳에서 생활는 동안,
대부분의 작업 아이디어들이 나왔다고 한다. 함께 식사를 하고,
서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과정속에서 자신들의 작업들에 대해 이
야기 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되었다는 말이 자연에 스며들어
있는 듯한 이 레지던스의 모습과 닮아 있는 듯했다.

율겐은 예외로 독일에서의 전시일정때문에 15일이 지나 도착해,
작업설치로 꼬박 2주를 다 보내고, 곧장 돌아가야만 했다고.
더불어 그의 작품은 실외 설치작업으로 유일하게 레지덴스 장소에
설치되어 있던 작품이었다.

식당과 레지던스 건물이 위치한 곳으로 가는 길 중턱즈음 오른편으로
들어가 있는 장소에 알류미니움 판으로 만든 큐브 상자가 땅과 떨어져
조금 위로 설치되어 있다.

정면에 내어진 조그만 구멍으로 빛이 들어오고, 이 빛을 통해 내부에 있는
나무판에 이미지를 새기게 된단다. 거대한 실외 카메라 옵스큐라의 모습같다.
그리고, 그 앞에 설치된 자그만한 벤치까지가 그의 작업이다.

벤치 아래로 보이는 논, 어느 집의 지붕, 어느 집 조상의 묘지터,
비닐하우스, 바람의 흔들림, 그 모든 것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여유
...
  
작가는 20년 후에 이 작품을 개봉하는 것을 계획했다고 했다.

20년동안 많은 사람들이, 다른 작가들이 이곳에 와서,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 매 순간 바뀌는 자연, 이 곳의 소리, 이 모든 것들을
담아내는 틀로써의 예술, 또 이 예술을 만들어 내는 다양한 프레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후 10월에 이번 레지던스와 연계한 전시가 홍천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